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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치기

Democracy 2.0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6. 3. 14:53

Source : http://papercut.tistory.com/86

 

1. Video Game 2.0

전설적인 게임회사라고 하면 어디가 떠오릅니까? 닌텐도? 세가? 블리자드? 혹시 아타리 라는 회사를 아시나요? 아타리는 지금도 많은 게임을 배급하는 회사이지만, 과거 닌텐도가 장난감 만들던 시절에 세계 비디오 게임업계를 독점하고 있던 회사 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디오 게임이라는 개념, 그것을 상업화 한다는 개념 자체가 거의 아타리가 최초였으니까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비디오 게임이라는 경험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타리는 정말 잘 나가는 회사였습니다. 아타리로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하기만 하면 무조건 잘 팔렸습니다. 대중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거든요. 게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도 게임 자체가 신기했던 대중은 게임을 계속 사줬습니다. 제작사들은 이 인기를 바탕으로 더 좋은 게임을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이 제작사들에게 '적은 생산비용'을 권유했고, 제작사들은 정말 적은 비용으로 거지 같은 게임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타리는 열린 플랫폼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바보같은 게임도 아타리로 출시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비디오 게임은 수준 이하의 저질 게임만 범람하게 되었습니다. 대중들은 더 이상 비디오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더 이상 팔리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공급하던 도매점들과 소매점들도 도산하게 되었습니다. 도산한 판매점의 재고들은 게임의 가격을 붕괴시켰습니다. 비디오 게임 시장은 완전히 무너져버렸습니다. 1983년에 발생한 이 사건이 바로 '아타리 쇼크(Atari Shock, Video game crash)' 입니다.

비디오게임 시장은 이후 닌텐도가 패밀리 컴퓨터를 발매할때 까지 침체기에 들어가버립니다. 닌텐도는 철저한 서드파티 관리를 통해서 게임의 질을 확보하여 다시 대중들이 비디오 게임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여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타리의 사례를 적절하게 보완했던 것이지요.

2. Web 2.0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대중에게 소개되었을때, 일부 사람들은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는 적지 않은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정말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편리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미디어도 변하고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에 익숙했던 대중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의 수요는 폭발적이었습니다. 회선은 미친듯이 깔리기 시작했고, 전국 어디에서도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PC방을 찾을 수 있었고, 가정용PC의 수요는 공급과 가격을 무시할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서비스 업체 역시 불완전한 비지니스 모델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선 뭘 하더라도 블루오션이 보장되었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니까요.

꼭 우리나라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전세계적인 트랜드였습니다. 정보화는 세상을 정말 급속도로 바꿔나갔습니다. 그리고 수요가 폭발하였기에, 인터넷에서는 정말 대충 장사를 해도, 대충 광고를 해도 잘 팔리고 돈이 벌릴 수 있었습니다. 회사이름에 '닷컴'만 붙이면 주가가 폭발했습니다. 번 돈으로 투자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대부분의 업체들은 저질의 서비스만으로도 돈이 벌리자 '최소의 투자'로 최대한 돈을 벌어들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 IT가 잘 나간다니까 IT가 인터넷의 약자인 줄 알고 뛰어든 사업자들은 아타리가 미국 회사인지 일본 회사인지도 몰랐을테고, 아타리 쇼크가 무슨 새로 나온 게임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확실한건 그 사람들은 20년전에 일어났던 실패사례를 자신들이 답습하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지요.

닷컴 기업들은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었습니다. 투자자금은 그저 인터넷이 미래에 엄청나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비교적 정확했습니다. 하지만 닷컴 기업들은 그 미래를 현재로 가져올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눈 앞에 놓인 돈에 만족했을 뿐이지요. 투자자금은 계속 들어가는데 닷컴 기업들은 전혀 미래로 전진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 명백한 거품이었습니다. 거품은 어느 순간에는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자금이 끊기고, 명확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한 기업들은 말 그대로 붕괴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닷컴 붕괴 (Dot-com failure) 입니다.
그 러나 몇 몇 기업들은 살아남았습니다. 인터넷 시장은 살아남은 기업들을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서로 다른 종류의 사이트들의 공톰점을 찾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트들은 분명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라일리에 의해서 제안된 용어. 웹 2.0(Web 2.0)은 바로 이러한 공통점의 집합입니다. 한번 붕괴된 시장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은 기존 업체들과 다른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일방적이고 정적인 미디어이기를 거부하고, 상호작용과 참여, 대중, 집단을 중시했습니다. 더 이상 독점적인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컨텐츠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사용자에 의해서 업데이트 되는 정보,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정보, 사용자들간의 상호작용, 사용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이러한 업체들에게 활발한 활동으로 보답했습니다.

현재 인터넷은 과거 보다 조금 더 미래에 가까워졌습니다. 최초에 인터넷이 등장했을때 사람들이 어렴풋이 기대했던, 무한한 정보의 통로에 조금 더 가까워 진 것입니다.

3. Democracy 2.0

고전적인 민주주의는 이랬습니다. 투표를 합니다. 뽑힌 후보가 잘 해주기를 바랍니다. 잘 했으면 다음 선거때 표로 보답해줍니다. 못 했으면 다음 선거때 표를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이상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한 후보에게 표를 줍니다. 그 후보가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켜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지요.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제도는 한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꼭 당선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후보가 꼭 이상적인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수의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일단 뽑힌 후보는 임기기간 동안 무슨 일을 하든지 감수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 후보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그저 임기가 끝난 뒤 다음 선거때 다른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 뿐입니다. 이 마저도 첫번째 문제점 때문에 확실한 저항이 된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인 들은 이 문제점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를 이용할 줄 알고 있습니다. 소수에게 전달되는 미디어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쨌든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미디어만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면 자신의 자질과 관계 없이 다수결에 의해서 당선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기 동안 무슨 일을 해도 상관 없습니다. 다음 선거철때 다시 미디어를 포섭하고, 이미지 관리를 하면 되니까요.

결국 정치인들은 나라를 위해서는 '최소의 투자'만 해도 상관 없었습니다. 자신들에게 표를 주는 지지층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세금도 아낌없이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줄어든 세금이 나라를 위험하게 해도 상관 없습니다. 결국 그 지지층은 그들에게 표를 줄 테니까요. 예. 최소의 투자만 하더라도 결국 수익은 나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앞선 두 번의 사례에서 처럼. 민주주의는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투자자들이 외면했던 것 처럼, 시민들도 민주주의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전적인 민주주의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고, 더 이상 수동적으로 투표만을 통해서 저항하려다가는 5년뒤에 나라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 미디어는 여전히 일방적이었으니까요. 양방향 미디어가 발달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 쪽에서 연결을 끊어버렸지요. 훨씬 더 직접적인 참여가 나타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외쳐도 듣지 않는다면 뒤통수를 한대 쳐서라도 좀 돌아봐다랄고 해야 되니까요.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대단히 고전적이었습니다. 기존의 모든 시위와 같은 방식으로 대하고 싶어했지요. 정확히 말하면 그 들은 2.0 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시위에는 주동자가 있고, 폭력이 있고, 배후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없는 시위라는 건 전혀 새로운 개념이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 들은 배후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시위대가 폭력적일 것이라고 단정지었고, 주동자들을 연행하면 시위가 멈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아고라는 순식간에 정치 집단이 되어 버렸고, 가만히 서있는 시위대에게 물대포가 발사되었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연행되었지만 주동자는 나타나지 않았지요. 애초에 없었으니까요.

사람 들은 왜 위키에 지식을 경쟁적으로 올립니까? 어떤 보상이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사람들의 목적은 그저 위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그 완성도가 높아진 위키가 다시 저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바뀌고 있습니다. Web 1.0의 수동성과 일방성은 결국 웹 그 자체의 목을 조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능동적이고 참여지향적인 공간을 원합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열린 공간을 원합니다. 서로의 이상을 공유하기를 원합니다. 상위 20% 보다는 하위 80%에게 집중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그러한 참여를 통해서 이상적인 하나의 지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애초에 윗 사람들이 2.0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이해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해하는 척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훨씬 더 세상을 넓게 바라본 시민들은, 누가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해는 수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지로 표현 될 수 있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촛불의 흐름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타고 우리는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어떤 참여자들도 의식하고 있지는 않고 의도하고 있지도 않지만,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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