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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호 2세들 “나 재벌 되기 싫다니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31. 13:14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는 슈야신(16)과 슈야빈(15) 자매는 부모가 부동산 업계의 큰손이다. 이들 자매는 연간 10만위안(1700만원)의 학비가 드는 학교수업 외에 주말마다 사설학원에 다니며 미국 대학입학시험(SAT)을 준비중이다. 이 학원의 등록비는 학비의 2배 수준인 20만위안이다. 슈 자매의 부모는 자녀들이 미국의 최고학부를 졸업한 뒤 가업을 잇기 원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민간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담당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가운데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부호1세들이 20~30대 자녀들에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경영수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식 교육을 받은 부호 2세들은 정작 사업보다는 자신의 꿈을 찾아가길 원해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전 장쑤(江蘇)성장인 위루이린의 말을 인용, 민간기업인의 90%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싶어 하나 부호2세의 95%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슈 자매의 경우, 부모는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딸들을 불러 사업의 위험성과 시장상황, 투자수익 등을 설명하나 자매들은 관심이 없다. 지난해 11월엔 장쑤성 쑤저우(蘇州) 시에 사는 23세 부호 청년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손을 떼고 가업을 잇기 원하는 부모에 반발, 손가락 네 개를 잘라버린 사건이 일어나 중국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난징(南京)대학 팡지셍 교수는 경영권 승계를 원하는 부모들에 의해 해외로 유학을 떠난 부호 2세들은 많은 경우 정체성을 잃고 고국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펑 교수는 "유학생활 동안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중국에서 통용되는 문화나 관습에 대해 반기를 들게 된다"면서 "적어도 자녀들이 가업을 잇기 원한다면 해외로 보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지방정부는 경제활성 차원에서 이 기업들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저장(浙江)성 정부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 학교(中央黨校) 교수들을 초청, 재벌 2세들을 상대로 강의를 여는가 하면 장쑤성 우시(無錫)에는 3개월 과정에 등록비만 67만위안(1억1000만원)이 넘는 부호 2세를 위한 특수과정이 개설돼 승마, 골프, 와인 시음 등 상류층 매너를 가르치고 있다.

광저우(廣州) 중산대학(中山大學) 경영대학 리신춘 학장은 "민간기업은 세금, 고용, 사회안정 측면에서 지방정부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이들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부드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