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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치기

개나소나 음악하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26. 18:07

출처 : http://club.nate.com/jsps/club/club_index.jsp?p_club_id=frock


 맙소사, 나한테 글을 쓰라니. 애초에 모기장에 간 것이 화근이었다. 몇 년 만에 우연히 만난 재권이형은 나를 보자마자 같이 무슨 웹진인지 메일진인지 거시기인지를 하자고 했고 나는 뭐 아무래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써 보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나는 글이라고는 병든 개 똥 싸듯이 지랄 떨어줘야만 간신히 똥구멍에서 한 두 방울 글자가 힘겹게 떨어지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미친개 오줌 싸듯 영양가 없는 것들이 질질 쏟아지는 타입이기도 하고 말이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논술대회라는 것을 열었다. 전교생에게 글을 쓰라고 했던 무자비한 대회였다. 주제는 꿈이었는데 나는 “이딴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내 꿈이다.” 라는 요지의 글을 썼다가 교무실에 불려갔었다. 그래서 지금도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우며, 락동에 분명 글을 더 잘 쓰는 사람들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나를 골랐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재권이형한테 물어봤다. 대체 무슨 글을 써야 되나요. 대답을 요약하자면 ‘니 꼴리는 대로 써라’ 란다. 어, 뭐. 그래. 생각해보면 내가 비록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박학다식한 것도 아니지만 세상에 불만 많고 맨날 뒤에서 뭔가 욕하는 건 잘했다. 어릴 때 그렸던 ‘삼류만화패밀리’ 따위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여하튼 조롱, 풍자, 모욕, 농락. 그것들이 내 특기였던 것 같다. 근데 이런 염병 그걸로 나중에 뭘 벌어먹고 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놈의 글은 어떻게든 써 볼 수 있겠지.

 

 음... 락동호회니까. 첫 글은 음악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고정관념에 굴복하기로 했다. 뭐 사실 하고 싶은 말도 음악 이야기가 먼저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밴드를 하고 있었다. 군대와 학업 때문에 하다 망하다가 하다 망하다가 하다가 지금은 아예 휴학을 하고 있다. 근데 밴드를 해 본 사람이면 다들 알지만 좋은 멤버를 구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그래서 나는 뮬이라든가 각종 사이트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대부분 이놈의 구인광고들을 보면 빤한 카피밴드들이 태반이다. 아 물론 카피도 좋다. 잘 만들어진 곡들을 연주해 보면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 근데 내 맘속에서 솟아나는 이 병신 같은 악감정은 대체 뭔가. 죄다 카피밴드들만 바글바글 하니 성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악기는 존나 비싼 거 사다가 유명 뮤지션의 곡을 카피하고...... 그만 좀 해! 너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 아냐! 백프로 카피만 하면 대체 무슨 재미인가.

(물론 자기 느낌으로 ‘커버’ 하는 경우는 좀 재미있기도 하다.)

 

 스쿨밴드를 하는 친구, 후배들과 대화해보면 더욱 답답해진다.. 그는 오늘도 비싼 어떤 장비를 샀다고 자랑한다. 나는 그에게 물어본다.

“넌 음악해서 뭐할거니.“  “몰라요 그냥 재밌어서 하는거예요.”

“니가 하고 싶은 음악이 뭐냐.“ "몰라욬ㅋ 카피 잼씀ㅋ"

“야이 병신아” “‘뭐? 이 씨발 선배란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어 미안해..“

뭐 이런 대화꼴이 나곤 한다. 나는 그냥 뭔가 곡을 만들어보고 놀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건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2세를 남겨서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려는 것이 본능이듯이 문화적으로 똥을 싸부려서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읽게 만드는 것 역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가장 멋진 콘서트는 그냥 사람들끼리 모여서 각자 자기들이 하는 음악을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들려주고 즐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난 항상 콘서트에 가면 죽여주는 공연을 즐기고 오더라도 막차를 타고 오며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지곤 한다. 나만 그러는 건가? 밴드는 커다란 무대 위에, 관객은 닭장 같은 철창에 막혀서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의 시선 밑에서 바둥바둥대는 그 구조가, 그리고 시발 공연이 끝나면 그 침묵 속에서 수많은 인파들과 함께 막차가 끊기기 전에 얼른 집으로 와야 하는 그 상황이 너무나 우울했다. 밴드들은 헤헤 재밌었다 라면서 뒷풀이에 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언제나 막차시간을 염두에 두고 집에 가야만 한다. 내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나의 땀 냄새는 고역이었겠고, 내 맞은편엔 같은 공연을 보고 집에 가는 메탈티를 입은 뚱땡이와 펑크걸이 나란히 앉아서 말없이 다음 역이 어디인가를 보고 있고..

존나 우울하잖어.... 뭐여 이게

 

그래서 난 대규모 페스티벌을 별로 안 좋아한다. (나는 그들의 공연을 보는 것 보다 함께 페스티벌에 구경하러 간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다.) 예전에 아이리쉬 퓨젼밴드 ‘두 번째 달’이 나오는 다큐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를 본 일이 있다. 아일랜드 펍에서 그 동네 인간들이 노는 영상이 나왔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늙은 놈 젊은 놈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펍에 모여서 서로 이 악기 저 악기 연주하면서 춤도 추고 서로 즐겁게 노는 모습. 내 입에선 절로 “존나 재밌겠다!” 란 말이 나왔다. 나는 한국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내가 하는 밴드가 어떤 곡을 하면 옆에 앉아있던 찌질하게 생긴 놈이 기타를 들고 나오더니 ‘자 봐라 이것이 내가 어젯밤에 야동을 보다가 우울해서 만든 노래다.’ 라면서 뭔가 병신같은 노래를 부르니 어떤 나이먹은 아줌마가 기타를 들고 나와서 ‘내가 시발 비록 7080 늙다리 아줌마지만 시발 나의 이 설거지송을 들어봐라’ 라면서 뭔가 존나 형편없는 노래를 부른다. 거기에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어떤 곧 자살하게 생겨먹은 청년이 기타반주를 더한다. 그 앞에서 어떤 잡놈이 그 노래에 맞춰서 말도 안되는 춤을 춘다. 와! 존나 병신 같지만 존나 재밌을거 같다.

 

그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거다. “얌마..... 존나 찐따같잖아?” 그렇다. 개 좆구린 음악이 미친 잡종 고양이 털빠지듯 우수수 쏟아질게 분명하다.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했더니 대부분 그런 반응이었다. “그런거 하면 분명 존나 병신같은 7080 아저씨들 와서 그지 같은 시낭송 하더니 병신 같은 노래 부르고 존나 인디해 보이려고 애쓰는 멍청이들 와서 어설프게 외국 밴드 따라하는 짓거리 할거다.” 나도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규칙이 있어야 한다. 카피는 절대 안 되고, 오로지 자기들이 작사 작곡을 한 곡이어야만 한다.

 

록음악 듣는 사람들은 매년 여름마다 주기적으로 씨발을 입에 담는 습관이 있다. 후지락 페스티벌이나 섬머소닉 페스티벌등의 라인업을 보는 순간 우리는 ‘어 씨발...’ 이라면서 자연스레 한국을 욕하다가 한국 가요계를 욕하고 그러다 보면 소녀시대 따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티파니의 눈웃음와 같은 것에 또 헤헤 하고 웃고 그러다보면 다시 여름이 돌아와서 씨발을 외친다. 우리가 씨발을 외쳤던 이유는 1. 일본에는 저런게 존나 좋은데 왜 한국은 개 병신이냐. 라는 것과 2. 가고 싶은데 존나 비싸! 라는 것일 텐데.

 

우선 저런 문화는 누가 만들어주는게 아니다. 한국에 갑자기 음악에 미친 CEO가 등장해서 떼돈을 벌더니 “록음악 팬 여러분 제가 존나 세상에서 제일 죽여주는 페스티벌을 벌여주겠습니다.” 라면서 자선사업이라도 벌일까? 아니다. 저런건 누가 만들어 줄 리가 없다. 물론 큰 페스티벌 같은건 열어줄 수 있겠지. 그런데 그 페스티벌에 누구를 끌어들일건가. 맨날 한국에서 페스티벌이 열리면 외국 밴드 존나 안온다고 라인업 존나 구리다고 투덜댈텐데. 이놈의 나라에서 죽이는 밴드가 나오려면, 음악이 좀 더 대중적인 유희가 되어야 된다. 옛날 어린이들이 호환 마마 전쟁 등에 쫄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나 소나 음악 하는 풍조가 만연한 꼬라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중에서 멋진 뮤지션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 생각을 한다. 그리고 뭐, 스타급 뮤지션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가. 조금 부담스러운 제안일지 모르지만, 눈을 조금만 낮춰볼 순 없을까.

 

이건 마치 그런거다. 맨날 당신은 비싼 식당에서 특급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먹다보니 이제는 동네 아줌마나 옆집 사람이 만든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 거다. (게다가 옆집과는 관계도 끊어진 지 오래고, 특급 요리사의 음식은 사실 별로 돈 주고 사 먹는 일도 많지 않겠지) 그리고 대부분은 특급 요리사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면서 만족을 느끼고 있겠지. 재료와 조리기구를 비싼 걸 사다가 만들면 될 거라면서. 그런 특급 요리사의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만든 음식을 먹고 씨발 이게 무슨 새똥 맛이냐고 퉤퉤 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옆집 사람, 친구 엄마등이 정성들여서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것은 단지 그 맛 뿐 아니라 음식을 만든 사람과의 정도 통할 수 있다. “어 형씨 이 돼지불고기가 맛이 엿같아.” “어 시발 그거 냉장고에 구소련 몰락 때부터 있었던 거 같아.” “야 이 시발...” 뭐 이런 매력적인 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식당에 가면 물론 신선한 재료들이 가득한 요리들이 멋들어진 접시에 담겨서 나온다. 그런데 그런 곳은 돈이 없으면 못가지 않은가. 물론 ‘헤헤 식당 뒷문으로 들어왔쪄’ 라면서 주워 먹을 순 있다. 그런데 언제가지 그럴 수 있을까? 오늘도 수많은 법무법인 아저씨들과 무시무시한 양반들이 법의 칼을 들고 식당의 뒷문을 서성대고 있다. 걸리면 수백만원이다. 작은 돈이 아니다.

 

지금까지 두서없이 씨부려 왔는데. 대충 비유해서 요약하자면 그런거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들이 만든 음식을 서로한테 대접 해보는 건 어떨까? 그중에는 물론 구소련 몰락 때부터 있었던 김치를 가지고 만든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을 설사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고, 어떤 인간은 난데없이 엄청나게 맛있는 부대찌개를 끓여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음식들을 먹으면서 서로의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고, 그러다 보면 어떤 꼰대놈은 와서 ‘임마 니 음식은 좆같아’ 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그 이야기를 들은 잡놈은 ‘임마 내 입맛에는 이게 딱 이야’ 라고 외칠수도 있다. 아 난장판일지 몰라도 존나 재밌을 것 같다.

 

그러니까. 카피밴드 좀 그만하고, 외국 페스티벌 좀 그만 침 흘리고, 자기들만의 음악을 창조해내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약하자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개나 소나 음악 하자’ 라는 말이다. 살기 존나 팍팍해서 꿈도 못꾼다고? 아... 미안하다 그럼 어쩔 수 없다. 난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해줄 수 없다. 이건 세상이 좆같아서 그런 거니까. 지금까지 한 소리는 전부 잊어주길. 하지만 진짜 ‘존나 팍팍’하지 않다면 해볼 수 있는 짓거리가 아닐까.

 

그럼 락동 여러분 안녕. 혹시라도 누군가가 헛소리 한다고 “야 임마 니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임마 너보다 몇 년을 더 지랄 해봐서 아는데 한국에선 그게 안돼 이새끼야 이 좆만한...새키야...” 뭐 이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뭐, 그냥 대답 안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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