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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수출「한국식 사고는 버려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11. 03:19
“국내시장 1~2위를 다퉜는데 밖에 나가니 동남아서도 무시당하더라” 국내 보안기업들의 해외 러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규모 수출실적이나 인지도 급상승 사례는 드문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우리보다 IT 수준이 뒤처진 중국, 동남아, 남미시장 개척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

언뜻 보면 ‘수주 요건이 까다로운 선진국보다, 잠재 수요가 풍성한 IT 후발국 공략이 쉬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지사를 설립하고 영업에 나선 업체들은 장애요소 행렬이 선진국 이상으로 길게 늘어졌다고 말한다.

보안인식 부족/외산 배타 ‘난관’
우선 보안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나라보다도 떨어진다. 선진국의 경우 보안은 자사 기밀을 지키기 위한 필수요소로 생각하는 반면, 중국이나 동남아는 서로간 감시기능으로 여기고 있다. 보안 필요성을 망각하는 기업들이 많으며 현지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연구소 곽영욱 팀장은 “중국의 경우 아직도 보안에 대한 법률이나 정책이 부재하고, 필요성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때문에 보안에 관심이 있어 도입하려는 고객사가 있다 하여도, 필요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 고객이라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히 명시하지만, 후발국가는 이것이 중구난방이어서 공급자가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것. 단순히 제안서와 예상 PKI 분석만제시하면 퇴짜맞기 일수다.

지리적으로 먼 선진국보다 오히려 큰 문화적 차이도 난관이다. 이중 인맥에 의한 사업판도 변화는 국내 기업들이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특히 중국은 IT 분야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외국 기업들이 비합리적 인맥 우선 문제로 고생하는 시장이다.

한 보안장비 기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구두상 수주 계약까지 해놓고 이유도 없이 밀려난 적이 4번이나 된다”며 “자체 조사 결과 4번 모두 타업체의 ‘꽌시’ 전략이 배경이었고 한국내 인지도는 전혀 도움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외산에 대한 배타성도 한 몫 거든다. 기업과 개인 고객 모두 외산을 볼 때 색안경을 쓰는 경우가 많으며, 정부 규제도 심하다. 중국의 백신 시장 상위 3대 기업이 모두 자국산이며, 북미나 유럽 기업들까지 누르고 절대적 강세를 펴는 것도 이와 관계가 깊다. 최근에는 동남아나 남미 역시 자국내 해외 기업 진출이 잇달으면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화’ 능력이 성공 관건
하지만, 해외사업 경력이 쌓여가는 만큼 우리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현지화 전략이 발빠르게 펼쳐지는 중이다. ‘남이 아니라 조력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예를 들어 뉴테크웨이브는 파견 직원들의 의식과 행동까지 현지화하는 한편, 분기마다 색다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지 기업들이 장악한 중국 백신 시장에서 대기업인 ‘차이나 텔레콤’에 대표 솔루션 ‘바이러스 체이서’를 납품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 교육부와도 MOU를 체결했다.

북미서의 선전에 힘입어 베트남 시장 진출을 모색중인 이글루시큐리티는 제품을 개발단계부터 시장상황에 맞출 수 있도록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을 강조한다. 제품 기능은 물론 패키지 색상까지 현지화 하는 등 노력이 세밀하다. 아울러 현지 사정에 밝은 경영진을 영입, 이들에게 영업, 마케팅, 인사, 재무에 걸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 업체 류진아 과장은 “한국 시장에서 1등 제품이라도 해외 시장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에 다양한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분율과 경영권 확보에 치중하기 보다는 정말로 ‘현지화’된 이를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연구소는 동남아와 함께 중남미서도 선전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 최대 은행 ‘배너맥스’에 대한 수주는 생소한 중남미 시장에서의 국내기업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안철수 연구소 곽영욱 팀장은 “중남미 시장 인터넷뱅킹 보안문제를 예상하고 2년간 현지화 연구를 진행한 결과”라며 “후발 지역에는 지식전수와 각종 훈련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품 필요성을 가르쳐주는 컨설팅 영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에 언급한 IT 후발국의 부족한 보안 인식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보인다.

SI 협력으로 투자 위험 줄여야
업계는 해외사업 운영의 안정성에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 사업에 대한 무리한 모험으로 기업 뿌리가 흔들리면 안된다는 것. 특히 대형 SI 업체와의 면밀한 제휴가 강조되고 있다.

윈스테크넷은 동남아 지역의 투자 위험성에 대비 국내 대형 SI 업체의 현지 인프라 구축에 프로젝트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CJ자카르타, 삼성 싱가폴 등에 IPS 및 IDS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에는 현지 협력사를 두고 OEM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홍콩, 말레이시아와 함께 아제르바이잔, 브루나이 등 생소한 시장도 공략중인 소프트포럼도 이같은 방식을 권한다. 이 업체 김운봉 팀장은 “후발국들은 IT 인프라가 미흡해 국내 대형 SI 업체와 제휴로 영업하고 있다”며 “사업 안정성 강화는 물론 마케팅 부족 문제도 상당수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온실 속 성장’이라는 평을 들어온 국내 보안기업들이 적자생존의 해외시장에서 얼마나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