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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NSA 무단 감시 프로그램 관련 소송 기각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11. 03:00
미 연방 항소법원이 5일(미국시간) 미국자유인권협회(ACLU)가 국민의 전화통화 및 이메일에 대한 스누핑(snooping)이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함으로써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도/감청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자들의 기세가 주춤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신시내티의 제 6 순회항소법원은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의 테러리스트 감시 프로그램이 위헌이므로 이를 중단하도록 명령한 지난해 8월의 연방 지방법원 판결을 2 대 1 다수결에 의해 기각했다. 한편 이번 기각 결정은 감시 프로그램의 적법성에 관해서가 아닌 단지 편협한 절차적 근거에 의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현재 계류 중인 NSA 감시프로그램에 대한 수많은 법적 소송들과 관련해 내려진 최초의 항소법원 판결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제 9 순회항소법원에 계류 중인 이와 관련한 2건의 소송과 그 외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서 심의를 위해 취합된 40건 이상의 소송에는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기각 결정이 정부의 무단 감시행위의 적법성을 인정해서 내려진 것은 아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ACLU 법률담당이사
스티븐 샤피로

 
 

미 법무부는 5일 내려진 결정에 즉각 환영의 뜻을 비치며 "이로써 원고측에서 중대하고 기밀에 속하는 테러리스트 감시 프로그램에 관련된 기밀 정보를 누설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에도 소송의 진행에 의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초래될 수 있음을 근거로 ACLU가 가입자의 통화기록을 정부기관에 누설했다며 AT&T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바 있다(반면 캘리포니아의 한 연방판사는 전자 프론티어 재단(EFF)이 개입된 AT&T 소송의 진행을 중단할 이유로서 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ACLU의 법률담당 이사인 스티븐 샤피로는 제 6 순회법원이 내린 결정을 뒤집기 위해 대법원에 소원을 제기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샤피로는 한 언급에서 "오늘의 판결에 의해 부시 행정부는 해외정보감시법(the 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 위반에 면죄부를 받게 됐다.

해외정보감시법은 30여년 전 행정부의 이 같은 무단 감시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채택된 법이다. 그러나 오늘의 기각 결정이 정부의 무단 감시행위의 적법성을 인정해서 내려진 것은 아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CLU, 언론계, 학계, 형사소송 변호사 및 이슬람계 미국인들은 지난 2005년 11월 뉴욕타임즈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진 NSA 프로그램이 연방법에 저촉되며 표현 및 프라이버시에 관해 헌법이 보장하는 원고측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고측 주장은 정부가 법원의 승인을 득하지 않은 채 이들의 정기적 해외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도/감청하고 있다는 '확고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직업상 원고측에게 기밀 유지 의무가 부여된 정보들도 있다.

레이건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앨리스 배첼더 판사와 줄리아 스미스 기번스 판사는 각기 다른 근거에서 이번 NSA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적격성이 애초부터 결여돼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이번 소송을 가차 없이 기각하며 하위법원으로 돌려보낸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 두 판사의 생각은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즉 NS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해당 도/감청 프로그램에 의해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측에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시하고자 하더라도 정부측에서 군사기밀 누설 소지가 있는 소송을 무산시킬 수 있는 '국가기밀특권'을 행사하게 되면 결국 이의 공개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기번스 판사는 "원고측의 도/감청 우려의 합리적 근거는 십중팔구 '국가기밀특권에 의해 보호돼야 함이 거의 확실시 되는 증거'에 해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원고측에 유리한지 피고측에 유리한지를 떠나 해당 증거의 제시 자체가 가능하지 않으므로 소송의 기각 결정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로널드 리 길먼 판사는 이 같은 견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이다. 그는 자신이라면 지난 해 여름 애나 디그스 테일러 판사가 내린 판결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테일러 판사는 NSA가 해외정보수집을 목적으로 미국 내에서 행해지는 도/감청에 대해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1978년의 해외정보감시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길먼은 원고측의 소송제기 적격성에 관해서도 NSA의 도/감청 행위에 대한 원고측의 증거 제시가 불필요하다는 과거 판례의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해당 소송에서 요구됐던 것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합리성을 입증하는 것이 전부였으며, 이번 소송 역시 이와 하등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해 테일러의 의견을 분석해본 사람들이라면 법원의 이번 조치에 그다지 놀라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NSA 감시 프로그램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가진 워싱턴포스트의 편집부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테일러 판사의 표현이 필요 이상으로 격한 면이 있고 지속적 영향력을 갖기에는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무단감시 프로그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민주기술센터(the Center for Democracy and Technology: CDT)의 정책담당이사인 짐 뎀프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행정부의 활동에 장애가 되는 소송에 점진적으로 장벽을 구축해온 사법부의 보수적 행태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의 이번 결정은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법원의 안팎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법원이 정부 조치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시민들의 소송을 갈수록 달가워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FF의 법률담당인 리 티엔은 이번 판결이 8월 제 9 순회항소법원에서 열릴 예정인 AT&T 소송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절차적으로 보아 한 순회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이 다른 순회법원에서 선례로 작용한 적이 없으며 게다가 EFF의 소송은 정부를 상대로 한 ACLU 소송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내부자가 제시한 증거도 가지고 있다. 이는 피상적인 정부 성명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미 상원 사법위원회가 부시 행정부에게 이 프로그램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는 엄청난 분량의 문서들을 제출하라는 명령장을 발부한 지 일주일 만에 이루어졌다.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과 백악관은 한때 비밀리에 이행됐던 이 프로그램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데 한 치도 물러섬이 없다. 그러나 올봄 전직 법무부 관리의 증언에 의하면 이는 법무부 전체를 대변하는 정서는 아니라고 한다.

사법위원회의 패트릭 리치 의원은 이번 법원의 명령이 이 프로그램의 적법성을 전반적으로 다루지 않고 의문을 그대로 방치해둔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5일의 판결로 인해 의회가 부시 행정부로부터 이와 관련해 일일이 해명을 받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백악관의 무단 도청 프로그램은 베일에 가려져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