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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껄이기

게임 셧다운제에 반대합니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3. 22. 09:26

Source : http://draco.pe.kr/archives/3656

 

게임 셧다운제, 일명 신데렐라법이라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6살 이하의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아직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이 게임 중독을 막아줄 아주 좋은 법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법과 이 법에 대한 논의에는 아주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1. 청소년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이나 비슷한 법률에서 항상 부족한 점은 당사자들인 청소년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집단이라도 그에 해당하는 법률이 만들어질 땐, 그 집단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하물며 수많은 청소년에 관한 법을 만들면서 그들의 여론은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청소년은 투표권은 없지만 분명한 인격체이고 자신의 주장을 할 줄 압니다. 이런 법을 만든다는 자체가 청소년을 단순히 어른의 말을 따라, 어른 입장의 ‘착하게’만 커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뭐 청소년의 의견은 커녕, 저런 법을 만들려는 작자들이 청소년을 이해하기라도 해봤을까 의심스럽네요. 자신들이 막으려는 게임을 해보기라도 해봤을지도 의심스럽고.

 

2. 아직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게임의 유해성에 대해 이래저래 연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아직까지 확실히 ‘게임이 나쁘다’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좋은 면도 있다거나, 나쁘지 않다거나,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갑론을박이 반복되고 있죠. 더 큰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낮은 수준의 연구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지 나쁜지 과학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래도 나쁜것 같아, 공부하는건 아니잖아? 뉴스에서도 맨날 나쁘다고 나왔어.”식 생각으로 제한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12시 이후에 게임을 못하게 하면 게임의 중독성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없습니다. 그냥 될것 같으니 해보겠다고 법을 만드는 것인가요? 옛날에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 시절에 12시 이후에 술을 못먹게 하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며 술집을 문닫게 한적이 있습니다. 딱 그런 느낌 아닙니까? 뭔가 연관이 있는것 같긴 한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는…

 

3. 다른 나라의 사례가 부족합니다. 고작 중국과 태국.

연구 결과가 없으면 사례라도 있어야죠. 그런데 비슷한 셧다운제를 운영하는 나라가 중국과 태국 뿐입니다. 인권에 대해서는 그다지 모범적이지도 않고 우리와 추구하는 바가 다른 나라들입니다. (아니,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 같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국가를 추구하는지도. 후후) 왜 저런 나라들을 따라 하려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4. 실용성이 의심됩니다.

온라인 게임을 해본 분들만 알텐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을 하거나 한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입니다. 10명중 1,2명이 아니라, 10명중 7,8명은 될 겁니다. 이유는 많죠. 핸드폰이 부모님 명의로 되어 있으면 핸드폰 소액결제나 본인확인용 보안설정이 안 된다거나. 아이디를 추가로 만드는데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다거나. 부모님이 통제를 하려고(말을 안 들으면 비번 바꿔버리거나, 말 잘 들으면 결제를 넣어주려고) 그렇게 계정을 만들게 했다거나…등등

부모님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주민번호란 이미 개인을 인증할 수단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이별로 적용되는 제도는 실용적이지 못하게 됩니다.

 

5. 청소년들에겐 여가와 여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것이 “사람은 착하게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아기는 천사니까? 푸하하하하.

사실은 사람은 본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 본능은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죠. 생명의 진화와 생존을 거쳐 유전자에 기록된 본능에 의해, 식욕으로 배를 채울 방법을 구하고, 성욕으로 종을 보존하며, 폭력성으로 자신들을 지키고 먹을 것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위대하고 중요한’ 본능이 현대 사회에서는 상당히 자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전투를 해야 할 맹수도 없고, 사냥감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인간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록, 본능을 자제하고 순화시키는 것이 ‘착한’것으로 잘못 인지되어 왔죠. 하지만 본능은 선과 악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은 착하게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성선설을 믿어서 아이들에게 착한 것만 보여주면 계속 착할 것이라 생각하죠. 자신들의 자식들이 욕구 불만에 젖어 있다는 것을 모른 채요. 청소년들은 특히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여가와 여흥이 필요합니다. 하라는 것 외에 자기 자신의 자아를 발전시키고 욕구를 해소할 그런 시간이죠. 그 수단 중 가장 발전된 것이 게임입니다. 예전 어른들이 경기를 하거나 바둑을 두던 그런 놀이 수단 일뿐입니다.

 

6. 이상하게도, 권리를 제한하는 데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 없습니다.

인권. 인간의 권리. 그게 얼마나 어렵고 애매한 단어인지, 많은 사람들은 고민이 없는 듯 합니다. 인권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필요하면 제한할 권리이다라고 그어진 선이 없죠. 하나의 권리를 제한하게 되면, 다른 비슷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예를 들어 16살 이하의 청소년에게 12시 이후 온라인 게임금지라는 이 법안을 생각해보죠. 뭐 조금 효과가 있는 듯 하거나 여론이 찬성하면 나이 제한을 18세로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시간을 조절해서 학교를 빠지는걸 막기 이해 학교에 있을 시간에도 제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응용(?)도 가능하겠죠. ‘온라인 게임’이라는 분류를 확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 온라인 게임에 적용하거나, 게임성이 있는 다른 컨텐츠에도 적용한다거나 등등.

처음 권리를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이 어렵지, 그 다음은 어렵지 않습니다. 뭔가 계기로 반발이 일어나기 전까진 아주 쉽죠. 인터넷 실명제를 보세요. 실용성도 의심스러운데 적용하는 사이트들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국경이 애매한 문제가 터지자 뻘쭘한 상황이 되고 있죠. 하지만 제도를 없애지는 못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는 아주 신중히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전체주의 성향도 있고, 문제가 있으면 급히 제도를 만드는 것이 습관화 되서 이런 고민들이 더 없는 듯 합니다.

 

7. 아이들의 자유 의지를 약화시킬까 우려됩니다.

애들 기 죽인다고 모든 것을 막 놔두며 키우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을 틀에 가둬서 키우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물론 사고 안치고 얌전히 공부만해서 성적이 오르면 어른들을 기쁘겠죠. 하지만 과연 그 후에 그 애들은 사회의 잘 돌아가는 부품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닳으면 버려지고 아무런 반항도 없는 착한 부품.

당장 법과 제도로 억눌러 문제를 해결해버리면 쉽지만,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어른이 된 후 다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게임보다 중독성 강한 담배, 마약, 도박 같은 것은 무슨 법으로 막아줄 겁니까?

혹시 이 법을 만들자는 분들은, 군사독재 시절, 어른과 정부가 안된다는 것은 안 하도록 교육 받고 큰 그런 분들 아닙니까? 그래서 스스로보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법은 조심하고 신중히 만들어야 하겠지요.

당연히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스스로 고쳐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문제 해결법입니다. 어른들의 역할은 그것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하고 유도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렵죠. 법을 만드는 것보다 효과도 약하고 느리고요. 하지만 당장 힘들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고, 역으로 가려는 흐름에는 분명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 점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저는 게임 셧다운제를 반대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Draco님의 본문이고, 몇가지 더 추가하겠습니다.

 

8. 우리나라 청소년이 죽어나는건 게임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게임이요? 12시 넘어서밖에 못 했었습니다.

왜냐구요? 11시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이제 집에 가면 그나마 한두시간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지금 여성가족부는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그 달콤한 환상을 깨려고 하는겁니다.

정말 지금 애들은 공부만 열심히 합니다.

일반적인 아이들이 지금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의 장래희망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으면서, 학교 / 학원만 신나게 보냅니다.

2년전 ucc에서 “학원을 11개 다니는 초등학생”을 본적이 있습니다.

거참, 지금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우리 어릴때 말뚝박기 좀 좋아한다고 해서 “말뚝박기 중독”이라고 불렸습니까?

우리 어릴때 술래잡기 좀 좋아한다고 해서 “술래잡기 중독”이라고 불렸습니까?

지금 세대 아이들이 그런걸 못 할 정도로 공부만 시키는게 잘못된것 아닙니까?

요새 애들이 미니카나 RC카 가지고 노는것 보셨나요?

한강둔치에서 아빠랑 꼬마랑 RC카 가지고 노는 가족들 보면 참 대단해보이기까지 하더군요.

 

9. 셧다운 하는 시간도 잘못되었습니다.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의 시간은 실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게임도 가끔 하는 친구들이 게임하는 시간대입니다.

실제 게임에 빠져서 중독된 친구들은 ‘친구들이 학교에 가있는 시간’동안 게임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차라리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청소년에게 게임을 못하게 하고 학교에 보내는 법이었다면 저는 쌍수들고 환영했을겁니다.

 

10. 효자산업인 게임산업이 위축됩니다.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과 하드웨어 기술분야를 가장 많이 발달시켜준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바로 게임입니다.

모든 사업 분야중 가장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바로 게임산업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지금 청소년들이 자기들이 게임을 만들어서 하는것도 못하게 하려고 하더군요?

작년에 RPG 쯔꾸르라는 10년도 넘은 툴로 그냥저냥 자기들끼리 노는 커뮤니티 사이트에다가 폭탄을 던지질 않나.

이러면서 닌텐도같은 창의적인 회사가 왜 나오지 않냐는데, 장난합니까?

 

 

 

저 역시도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반대합니다.

제가 청소년이라서 그런게 아닙니다.

저는 올해 32살입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게임을 즐겨봤고, 게임 자체가 주는 악영향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이야기 중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싸움을 잘하든 못하든 너나 할것없이 평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법과 제도로 게임을 못하게 하는것보다, 아빠나 엄마가 게임을 아이랑 같이 게임을 하는게 훨씬 효과적일것 같은데요.

예전에 ‘리니지’라는 게임을 한적이 있습니다.

제가 군주고, 혈맹원중에 아빠랑 아들이랑 같이 게임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어떤 막장가족이길래 아빠랑 아들이랑 같이 게임하냐?”라고 생각하실텐데,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좀 지나보니 재미있는 것이, 분명 둘이서 게임을 하게 되면 아빠가 아들한테 어떤 제한이라던가 그런걸 많이 하고, 본인은 게임만 하고 그런 상황이 연출될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아빠는 애들 입장을 잘 이해하게 되고, 애들은 알아서 게임을 자제하더라고요.

거기다, 보통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게임 적응력이나 그런게 좋으니 처음엔 그런 대화도 많이 오고갔고요.

사이버공간에 있다보니 현실에서 실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술술 나오고.. 웬만큼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가정보다 훨씬 괜찮아보이더군요..

물론 사람마다 다른 견해가 있겠습니다만, 제경우 가족이 게임하는것이 나쁜게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후,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죠.

1화 내용인데, 아이가 집에서 게임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열심히 게임을 하는 와중에 엄마가 들어옵니다..

엄마 : “보스전이네?”

아들 : “아..”

엄마 : “세이브는 했니?”

아들 : “오늘은.. 아직..”

아들은 결국 보스전 공략에 실패합니다. 그리고 나서 엄마는 게임기를 리셋합니다. 그리고 심부름을 시키죠.

만약, 엄마가 아이가 게임하려는걸 무조건 싫어하고 방해만 하려 했다면 매우 반항적인 아이가 되었겠지요?

 

이건 법규로 제한한다던가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각 가정의 어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청소년들을 반항아로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